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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원 거레제, 어떻게 작동할까?

수소같은사람 2025. 7. 9. 22:00

 

기후변화는 전 세계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중대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대기 중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지구의 평균 기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해수면 상승, 폭염, 가뭄, 홍수 등의 기후 재난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경제적 유인을 통해 배출량을 줄이도록 설계된 제도가 바로 '탄소배출권 거래제'입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Cap and Trade'방식이라고도 불립니다. 이는 정부나 규제기관이 온실가스 총 배출 허용량을 정해두고, 각 기업이나 기관에 배출권을 할당한 뒤 이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기업마다 일정량의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이 범위 내에서 활용하도록 하며,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총량 규제'에 있습니다. 국가나 특정 산업군 전체에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최대치를 미리 설정함으로써, 그 한도 내에서 배출량을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매년 또는 일정한 주기에 따라 배출 허용 총량을 점차 줄여 나가며, 시장에 공급되는 배출권도 이에 따라 감소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기술 투자와 운영 효율화를 추진하게 됩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 기반'접근이라는 점입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감축을 강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장에서 배출권이라는 재화를 사고팔 수 있게 함으로써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 간 자율적인 대응을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기업은 배출량을 줄여 남는 배출권을 팔 수 있으며, 감축이 어려운 기업은 부족한 배출권을 사서 감축 목표를 맞출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탄소의 가격'이 형성되며, 배출권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됩니다.

 

배출권의 가격은 매우 중요한 신호 역할을 합니다. 가격이 높아지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기업들은 더 적극적으로 감축 기술을 개발하거나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고려하게 됩니다. 반대로 가격이 낮아지면 감축의 유인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정부는 경매 방식이나 유상할당 비중 확대 등을 통해 시장을 조정하기도 합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단순히 환경 정책이 아니라 산업과 경제 전반에 걸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제도입니다. 특히 에너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군은 배출권 확보와 배출량 감축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됩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공정 개선이나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자체 감축이 어려운 경우 '상쇄배출권(offset credit)을 구입하거나 해외 탄소감축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배출량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주관하여 배출권을 할당하고, 배출량에 따라 기업들이 이를 거래하는 시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일부 대기업과 배출 다량 사업장 중심으로 적용되었지만, 점차 중소기업이나 간접 배출 업종으로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K-ETS(Korea Emissions Trading Scheme)'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탄소시장 중 하나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배출량 측정과 검증 시스템의 투명성입니다. 기업들이 실제로 얼마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지 정확히 측정하고 보고할 수 있어야 하며, 이 과정은 독립된 제3자가 검증해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거래의 활성화입니다. 배출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요와 공급이 있어야 하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셋째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입니다. 배출권 가격은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해야 기업들이 장기적인 감축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시장의 투기적 요소가 배출권 가격을 왜곡시킬 수 있으며,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은 배출권을 사들여 감축 노력을 외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또한 저소득 국가에서는 배출권을 팔기 위해 환경을 과도하게 희생하거나, 감축 실적이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도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감시 체계와 국제적인 협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저탄소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지속가능한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탄소의 가격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현실화하고,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경로를 만들어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우리 사회가 환경과 경제의 균형을 추구하며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실질적인 해법입니다. 정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가 이 제도의 취지와 작동 방식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함께 참여한다면, 더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